작가 노트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분명 어디론가 간다. 달려간다. 현실의 난장판속애서 똑바로 살라고 부라리며 나를 노려보는 눈을 피해 어디론가 간다. 제대로 똑바로 살고 싶어 거칠고 무겁게 달려간다.
하지만 자유로움에 최해 어렵게 달려간 그 길을 번번히 소심하게 지워가며 되돌아 온다. 그림을 그리는 그 한 순간만 열린 가능성의 길을 분명 보긴 보는데 매번 손끝에서 아깝게 놓치고 만다. 그래서 재미있다. 매일매일 윤회처럼 하나의 그림에서 한 생을 살고 또 죽는 이 지옥이 어째서 매 번 흥미로운 건지 알 수가 없다.
갔던 곳이 지옥이든 천상이든 무료하지 않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는 곳은 아무 상관없이 그냥 달려간다. 무언가를 만드는 건 어떠한 값을 하고 싶은 거다. ‘내가, 내 삶이, 내 자취가 값을 하고 싶어서 달려간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지금만큼은 그대로 이 자리에서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다
이번 “Take me to Nowhere “ 전시는 디자인적인 단순함과 추상성을 동화적인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한 작업이다. 지금까지 배경의 추상성과 동물의 구상을 섞는 작업에서 조금 변형하여 조금 더 압축된 추상성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