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의 제목이자 작업 전체의 주제인 ‘우연한 구름’은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왔습니다. 여행 중 풍경을 스케치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구름은 이전까지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풍경을 황급히 스케치 하려고 하자 그 구름은 모습을 바꾸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때의 경험 이후로 현실의 풍경에 잡히지 않는 초월적인 소재들을 덧붙여 친숙한 풍경을 낯설게, 때로는 판타지적인 풍경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감상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우연한 구름’은 동양화인가 서양화 인가 하는 것입니다. 동양의 미술은 대상에 작가 내면의 감정을 이입하는 주관적인 그림입니다. 우연한 구름은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는 내면적이며 주관적인 풍경이기에 주제는 동양화에 가깝고 캔버스에 아크릴을 사용하는 재료적 측면에서는 서양화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렇듯 동양회화이냐 서양회화이냐 하는 회화의 장르에서도 그렇듯이 저의 작업의 특징은 모호성입니다. 실경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이지만 초월적 소재들로 인해 비현실적입니다. 또한 흩날리는 잎이나 수많은 별들이 동적으로 느껴지는 반면에 정적으로도 느껴지며, 화려한 색채로 인해 발랄하지만 때로는 서정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위의 풍경이 되어 평이한 풍경을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합니다.
 
 저는 편안한 예술을 추구합니다. 저의 작품은 숨은 의미도 기호도 장치도 없는 그저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입니다. 이렇듯 저는 저의 작업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과 가까운 예술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대 사회의 어려움 속에서 사람들은 예술을 찾고 예술로부터 위로를 얻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저의 ‘우연한 구름’을 통해 지친 삶에 따듯함과 위로를 느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