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량지
공간에 시간성을 더한 해석은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다.
살아있는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현대 조각가들이 사용한 방식은 공간에 대한 관념적 해석을 없애는 것이었다.

작품 속의 공간은 무미건조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벽면이다. 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수집된 이 벽면에서 느껴진 감정은 고도화된 사회와 대비된 남겨진 쓸쓸함이었다.
철거가 확정된 건축물들의 벽면은 한때의 화려함이 지나간 잔존물이며 시간의 패배자들이다.

작가는 지우개로 묘사한 오브제를 통해 흐르는 시간을 조각하고자 하였다. 사용하고 버려진 지우개를 재활용한 오브제는 화면의 흰색 벽이 주는 공허함과 더해져 쓸쓸함을 배가한다.
-작가노트 중-

 
사민환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성(性)과 성적 욕망 속 갈등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삼각형태의 자외선램프 살균기는 인간의 성에 대한 욕망을 과도하게 억압 시키는 사회적인 규범, 제도, 타자의 시선 등의 폭력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음모(陰毛)가 달린 칫솔은 하나의 성적욕망 형태이다. 음모가 더러움이나 혐오스러움으로 다가 올수도 있지만 인간의 성과 욕망이라는 금기시 되는 주제를 도발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있어 가장 본질적으로 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 작품을 통해 욕망을 억제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와 억압적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고민해 보고자 하였다.
-작가노트 중-

 
전가빈
평화의 소녀상(2036)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우리나라의 뼈아픈 과거사를 내포하고 있는 실제 동상의 모습을 시멘트로 재현한 것이다. 현재 우리들의 시선과 관심에서 외면되고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래가는 우리들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하여 물성 그 자체로서의 시멘트를 사용하였다.

위안부 문제는 당사자만이 아닌 우리들 역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주체로서의 입장을 견지한 채 소녀상을 바라보아야 하고 이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자소상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작가노트 중-

 

정재은
엎드려 잠을 청하는 형태는 강제된 금욕(수면욕)에 대한 반발의 전형이다. 이 비효율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행위는 언제 어디서든 절대적으로 낮은 만족감만을 배출한다. 그것은 방법적으로도 잘못되었으며 형성된 인간의 신체에도 부적절한 처방이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여유를 박탈당한 개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이 행위에 적잖은 불유쾌함을 느낀다.
작품의 찡그린 표정은 이러한 행위 자체의 모순과 작가의 감정을 담고자 하였다. 완결되지 못한 인체는 잘려내어져 버린 욕구로 인한 인간으로서의 불완전성과 현대사회에서의 개개인의 수면이라는 행위에 절대적인 불충분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작가노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