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자폐성 장애를 지닌 이병찬 군은 어머니가 그려주는 사물을 가지고 단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접하게 되었고, 그 후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행동이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병찬 군은 자동차나 공처럼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을 보이며 미니카를 모으거나 공으로 하는 운동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병찬 군의 그림 소재는 언제나 공과 야구모자, 축구골대 등의 스포츠 장면이 많이 등장 하고, 부드러움 보다는 다소 거칠고,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과감한 선들이 등장합니다. 그림들 속엔 대부분 자신의 모습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것은 평소에 병찬 군이 하고 싶거나 혹은 좋았던 일들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0년 가을에 이병찬 군과 같은 자폐성 장애를 지닌 인호, 세중, 태영, 재현 군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그린 그림에 반해 시작된 이들 다섯 명과 함께한 그림여행은 미술관, 갤러리 등으로 2년 동안 전국투어로 이어졌고, 2년 전 부터는 자폐성 장애 친구들과 함께하는 안윤모 월드투어 프로젝트 “나비가 되다”란 타이틀로 뉴욕의 MoMA, 퀸즈 뮤지움, 유럽의 보자르 아트 센터 등에서 이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되었던 “맨투맨 프로젝트-특별한 동행 전”은 이병찬 군을 끝으로 이제 마무리 됩니다. 그동안 계인호군을 시작으로 김태영, 조재현, 김세중 군과 함께한 “맨투맨 프로젝트 - 특별한 동행 전”을 통해서 이들에게는 한층 성숙된 경험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평소 이들이 꿈꾸어오던 그림을 통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돕고, 가능하면 이들의 그림들이 널리 알려져서 작가로서의 직업을 갖기 위한 경험을 갖는 과정 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로 이들의 도전은 새롭게 시작될 예정입니다.

평소 즐겨보던 텔레비전의 만화 와 뉴스 그리고 스포츠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친숙한 그림의 소재가 되고, 이것들을 자신만의 세계로 새롭게 각색해서 표현할 줄 아는 이병찬 군의 그림들이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특별한 동행 전에 이병찬 군과 함께 함으로써, 그의 꿈과 용기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안윤모 (회화, 설치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