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기는 늘 공간과 우리의 시지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인식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 왔다.그의 압축되고 잘려 흐트러진 조각은 입체주의적 시점 개념을 조각으로 옮겨놓은 듯, 사물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의 시점을 어지럽힌다.
조각은 입체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르의 주된 특성이다. 이러한 조각이 지닌 독특한 특성을 왜곡하고 있는 박선기의 입체 작품은 시점을 압축하여 흡사 원근법에 충실한 회화 작품처럼 평면화 시켰다. 이렇게 평면화된 입체 작품은 어느 한 시점에서 입체화 된다. 작가는 언제나 관객들의 시점 변화가 입체 작품과 어떠한 연관관계를 지닐 수 있는지를 고민해 오면서 결국 이러한 압축된 입체 작품을 통해 그 고민들을 해결해 왔다. 즉, 우리의 감각이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그 대상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형태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시점에 의해 그 의미와 형태가 왜곡될 수 있음 작가는 끊임없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시점들을 변화시키고 왜곡 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감각적으로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흔들고 있는 작가는 이러한 시점 변화와 함께 분할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법을 추가하여 일원화 시킨 시점변화와 함께 작품이 흔들리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압축된 그의 입체 작품에 흔들림을 추가함으로써 단순화된 시점을 다 시점으로 분할시킨 것이다. 다 시점으로 분할된 그의 작품은 다시 입체적 움직임을 지닌다. 이는 다시 입체로의 회복과 조각이라고 하는 장르적 특성의 회복이기도 하다. 박선기 작가의 조각에 대한 명쾌한 감각적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그의 작업에는 독특한 오브제가 등장한다. 바로 허공에 매달려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숯이다. 박선기는 “숯은 변화한 나무다. 즉 나의 모든 작품을 꿰뚫고 있는 소재는 바로 나무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나무에서 작품으로 변화된 숯의 목적 중 하나는 작품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오브제로 재료의 확장을 통하면서 동시에 나무가 숯에 이르는 과정에서 생성과 소멸의 자연적인 이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에게 나무는 표현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대상이고 생성이자 소멸의 종착역에서 만난 예술적 오브제인 것이다.